한국은행이 9월 18일 발표한 2025년 공공부문계정 잠정치에서 정부와 공기업을 합친 적자가 83조1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14조원 커졌다. 총수입이 4.7% 늘었지만 총지출은 5.5% 증가했다. 수입 회복만으로 지출 증가를 따라잡지 못한 것이다.
이 숫자는 2025년 한 해의 수지다. 올해 누적 재정적자나 국가채무 잔액을 뜻하지 않는다. 적자가 커졌다는 사실은 지출의 효과와 지속 가능성을 점검할 이유지만, 그 금액 전부를 낭비 또는 새로 발행한 국채로 읽어서도 안 된다.
대표이미지는 공공부문의 수입과 지출을 설명하는 제작 삽화이며 실제 회계자료나 현장 사진이 아닙니다.
수입 1192.1조원, 지출 1275.2조원…한 해 차액을 본 통계
한국은행 공개 자료에 따르면 총수입은 2024년 1139조1천억원에서 지난해 1192조1천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총지출은 1208조1천억원에서 1275조2천억원으로 늘었다. 한국은행이 제시한 증가액은 수입 53조원, 지출 67조원이다. 공표 금액은 반올림돼 항목의 단순 차감과 소수점 단위 차이가 날 수 있다.
수지는 일정 기간 들어온 수입과 나간 지출의 차이이고, 채무 잔액은 특정 시점에 남아 있는 부채다. 또한 이 통계는 중앙정부 예산만이 아니라 지방정부·사회보장기금과 공기업까지 포함한다. 중앙정부 결산이나 관리재정수지와 숫자가 다르다고 곧바로 통계 오류라고 볼 수 없는 이유다.
소비지원과 공공주택 투자, 같은 적자라도 평가 기준은 다르다
한국은행 설명을 전한 연합뉴스와 한겨레 보도를 대조하면, 정부 부문에서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등을 포함한 이전지출과 건강보험 급여비 등 소비지출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비금융 공기업에서는 공공주택 건설 등 주택 관련 투자가 적자 확대 요인으로 제시됐다. 확인한 두 보도의 공통 설명이며 개별 사업의 효과를 측정한 결과는 아니다.
정책 평가는 지출의 성격부터 나눠야 한다. 일시적인 소비지원은 누구의 부담을 얼마나 덜었고 지원 종료 뒤 효과가 남았는지 따져야 한다. 주택 투자는 당장의 수지 악화와 별개로 실제 공급량, 입주 시점, 유지비와 장기 회수 가능성을 함께 봐야 한다. 모두 낭비라고 단정하는 것도, 투자라는 이름만으로 비용 검증을 생략하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
정부와 국회가 설명해야 할 것은 총액만이 아니다. 사업별 목표·실적·재원과 종료 조건을 연결해 공개해야 지원의 필요성과 집행 책임을 동시에 판단할 수 있다. 부담을 줄이는 정책도 재원 검토를 피할 수 없다는 점은 유류세 인하 연장과 한시 주유 할인을 구분할 때도 중요하다.
국제 비교는 같은 범위를 맞춰야 한다
두 매체가 전한 한국은행 설명에서 일반정부 적자는 국내총생산 대비 2.2%로 OECD 평균 4.4%보다 낮다. 이 비교 대상은 공기업까지 더한 공공부문 전체가 아니라 일반정부다. 포함 범위를 바꿔 유리한 숫자만 고르면 비교의 의미가 사라진다.
평균보다 낮다는 것은 비교 정보이지 모든 추가 지출이 안전하다는 보증은 아니다. 반대로 적자 하나만으로 재정 위기를 확정할 수도 없다. 일시적인 경기 대응인지 반복되는 의무지출인지, 앞으로의 수입이 안정적인지, 자금 조달 조건이 어떠한지를 나눠 판단해야 한다.
2027년 흑자 가능성은 확정된 재원이 아니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은행 이현영 지출국민소득팀장은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입 증가 등을 바탕으로 2026년 적자 축소와 2027년 흑자 전환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는 전망이다. 이번에 확정된 미래 실적이나 정부가 이미 확보한 가용 재원으로 표현하면 안 된다.
정책적으로는 호황기에 늘어난 수입을 계속 반복될 수입과 구분하는 것이 핵심이다. 향후 수입이 예상보다 적어져도 유지해야 하는 사업이라면 대체 재원이나 조정 계획이 필요하다. 100조원+α 미래대응기금 구상에서도 목표 규모와 실제 확보 재원, 국회 심의 결과를 구분해야 하는 이유다.
다음 예산에서 확인할 세 가지
- 지출의 종료 조건: 한시 지원인지, 다음 해에도 자동으로 이어질 의무인지 확인한다.
- 성과의 단위: 집행률만이 아니라 지원 대상의 실질 부담 감소, 완공·입주 등 검증 가능한 결과를 본다.
- 수입이 빗나갈 때의 계획: 기본 전망과 낮은 수입 시나리오에서 사업 유지·조정 및 조달 비용을 어떻게 감당하는지 확인한다.
적자 확대를 설명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지출의 편익과 미래 부담을 비교 가능한 형태로 제시하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다. 국회 역시 수입 호조를 전제로 신규 사업을 늘리기 전에 지속 재원과 성과 점검 장치를 검토해야 한다. 조달 비용을 더 살펴보려면 기준금리와 장기 국채금리가 다르게 움직이는 구조도 함께 볼 만하다. 이 기사는 특정 금융상품의 매매를 권하는 내용이 아니다.
확인한 자료와 범위
- 한국은행, 2025년 공공부문계정(잠정) — 2026년 9월 18일 공개. 총수입·총지출·수지의 1차 자료.
- 연합뉴스, 작년 공공부문 적자 83조 ‘역대 최대’…“내년엔 흑자될 수도” — 이도흔 기자, 2026년 9월 18일 12:00. 한국은행 설명과 전망 확인.
- 한겨레, 지난해 정부·공공부문 83조1천억원 적자…6년 연속 — 김영배 기자, 2026년 9월 18일 12:04 수정. 수치·원인·비교 범위 교차 확인.
공식 통계와 공개 보도를 바탕으로 독립적으로 작성했다. 원문 전문과 보도사진은 재사용하지 않았다. 지출 평가와 다음 예산의 점검 기준은 확인한 사실에 근거한 논평이며, 잠정 통계는 후속 공표에서 바뀔 수 있다.
토론할 질문: 한시 소비지원과 장기 주택 투자를 평가할 때, 정부가 가장 먼저 공개해야 할 성과 지표는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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