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는 현금보다 거래 흔적이 많이 남을 수 있다. 그러나 “중앙은행이 모든 소비 내역을 실명으로 들여다본다”는 말도 모든 설계에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는다. 핵심은 누가 어떤 데이터를 보유하고, 어느 조건에서 신원을 다시 연결할 수 있는지다.
온라인 결제는 완전한 익명 결제가 아니다
ECB의 디지털유로 구상은 온라인 결제 때 은행이나 지급서비스 사업자가 자금세탁방지와 제재 준수를 위해 필요한 최소 정보를 처리하도록 한다. 중앙은행 시스템에는 가명처리된 데이터가 전달되고 ECB는 이용자를 직접 식별하지 못하도록 설계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지급사업자 단계의 고객확인 정보와 거래 기록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는 현재 카드·계좌이체보다 반드시 더 많은 감시를 뜻하지는 않는다. 반대로 여러 기관이 보유한 정보가 법적 절차나 침해 사고를 통해 결합될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현금과 같은 익명성이라고 부르기도 어렵다. “중앙은행이 못 본다”와 “어느 기관도 추적할 수 없다”는 전혀 다른 주장이다.
오프라인 결제는 프라이버시를 높이지만 한계가 있다
ECB는 오프라인 디지털유로의 결제 상세를 지급인과 수취인만 알도록 하는 현금 유사형 보호를 제안했다. EU 집행위원회 제안도 오프라인 거래 데이터를 ECB·각국 중앙은행·지급사업자가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방향이다. 다만 충전과 환급, 보유·거래 한도 정보는 자금세탁방지 목적의 통제를 받을 수 있다.
BIS의 프로젝트 투르비용은 소비자 신원을 상점·은행·중앙은행에 공개하지 않는 ‘지급인 익명성’을 시험했다. 상점은 은행에 식별되고 중앙은행은 금액은 보되 당사자 정보를 보지 않는 구조다. 이는 기술적으로 프라이버시 강화가 가능하다는 증거이지, 모든 CBDC가 같은 보호를 채택한다는 보장은 아니다.
법률로 묶지 않으면 설계 약속은 바뀔 수 있다
개인정보 위험을 판단할 때는 데이터 최소수집, 목적 외 이용 금지, 보관 기간, 재식별 금지, 독립 감독, 수사기관 제공 절차를 함께 봐야 한다. 시스템 설명서에 “프라이버시 우선”이라고 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운영기관이 바뀌거나 위기 대응 명분이 확대되면 데이터 이용 범위도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확인된 위험은 온라인 거래에서 중개기관이 고객확인·거래정보를 처리한다는 점이다. 가능한 위험은 여러 데이터의 결합과 권한 확대다. 현재 확인되지 않은 주장은 모든 CBDC가 중앙정부에 실시간 실명 소비지도를 제공한다는 단정이다. 프라이버시는 기술과 법률을 동시에 공개 검증해야 지킬 수 있다.
공식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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