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 1조로 택배 운송 업무를 하다가 열사병으로 숨진 노동자도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호 대상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계약서에 이름이 직접 적혀 있지 않더라도 영업점이 공동 근무 사실을 알고 당사자를 실질적인 계약 상대방으로 대했다면, 형식보다 실제 노무 제공 관계를 살펴야 한다는 취지다.
서울행정법원, 유족급여·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연합뉴스가 8월 31일 전한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 판결에 따르면, 숨진 A씨는 지인과 함께 2인 1조로 택배 운송 업무를 수행했다. A씨의 추정 사인은 열사병이었다.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지만, 공단은 A씨가 산재보험법상 노무제공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지급하지 않았다.
법원은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운송계약 명의자는 A씨의 지인이었지만 계약 때부터 A씨가 함께 일할 예정이었고, 영업점도 이를 알고 두 사람을 대등한 계약 당사자로 취급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A씨는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이 규정한 택배서비스종사자에 해당한다고 봤다.
허가·계약 명의보다 실제 일한 방식이 중요
공단은 A씨가 화물자동차 운송사업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허가 여부가 산재보험법상 보호 필요성을 판단하는 본질적 기준은 아니라고 봤다. 이번 판단은 플랫폼·생활물류 현장에서 계약 명의와 실제 노동 제공자가 다른 경우, 서류 형식만으로 보호 여부를 가르면 안 된다는 신호다.
다만 이 보도로 확인되는 것은 해당 사건에 대한 행정법원 판단이다. 다른 2인 1조 택배기사에게 산재 인정이 자동으로 확정된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 업무 지시, 보수 지급, 영업점의 인지 여부, 계약 구조와 사고 경위 등은 사건마다 별도로 확인된다.
폭염 작업은 기록과 예방조치가 함께 필요하다
열사병 같은 온열질환은 짧은 시간에도 위중해질 수 있다. 사업주와 영업점은 휴식 시간, 그늘·냉방 공간, 물 제공, 작업 중지 기준을 문서로 남기고 현장에서 실제 작동하는지 점검해야 한다. 노동자와 유족도 근무표, 배차 내역, 메신저 지시, 위치·배송 기록, 동료 진술과 진료 기록을 보존해 실제 노무 제공 관계와 사고 경위를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판결이 형식적 계약 구조 뒤에 숨은 실제 노동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타당하다고 본다. 다만 사후 보상만으로는 부족하다. 폭염 시 배송량 조정과 작업 중지 기준을 계약서와 현장 운영지침에 명확히 넣고, 다단계 위탁 구조에서도 누가 안전조치를 책임지는지 분명히 해야 한다.
관련 기사
독자 질문: 계약 명의와 실제 업무 수행자가 다른 현장에서 산재 사각지대를 줄이려면 어떤 기록과 책임 기준이 가장 먼저 마련돼야 할까요?
무료회원 가입하고 관심 뉴스 알림 받기 — 오전 주요 뉴스 브리핑·관심 분야 알림·보이스피싱·리콜 등 중요 알림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