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6년 8월 18일 화요일
이슈페이퍼는 국내외 정치, 최신 IT, 세계경제, 증시, 환율과 원자재 소식을 공식 자료와 해외 원문을 바탕으로 분석하는 개인 정보 매체입니다.
Independent News & Insight
IT

구리 병목을 빛으로 넘긴 뒤: 실리콘 포토닉스 양산이 만든 새 인프라 경쟁

편집자
AI 가속기와 12인치 웨이퍼를 광섬유와 실리콘 포토닉스 모듈로 연결한 기술 그래픽
조회수 5회

이슈 페이퍼 | AI 데이터센터 경쟁의 초점이 연산칩 수량에서 칩 사이 데이터 이동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6년 7월 12인치 실리콘 포토닉스 웨이퍼의 첫 양산 출하와 미국의 3억 달러 연구개발 지원 의향서가 잇따른 것은 광학 인터커넥트가 실험실 기술에서 제조 인프라로 넘어가는 신호다. 그러나 빛으로 구리를 대체한다고 병목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병목은 웨이퍼 수율, 레이저 공급, 정밀 패키징과 현장 정비성으로 이동한다.

왜 구리 배선이 AI 클러스터의 속도를 묶는가

GPU 한 개의 계산 성능이 높아져도 수천 개 가속기가 데이터를 제때 주고받지 못하면 비싼 장비가 대기한다. 전기 신호는 거리가 늘고 전송속도가 높아질수록 손실과 발열이 커지며, 이를 보상하는 신호처리에도 전력이 든다. 기존 광모듈은 스위치 전면에 꽂히지만, 코패키지드 옵틱스(CPO)는 광엔진을 스위치 ASIC이나 연산칩 가까이 옮겨 짧은 전기 구간 뒤 곧바로 빛으로 변환한다. 목표는 대역폭 밀도를 높이고 비트당 전력을 낮추는 것이다.

UMC와 SILITH는 2026년 7월 14일 싱가포르 12인치 팹에서 1.6T 실리콘 포토닉스 플랫폼용 포토닉 집적회로의 첫 양산 웨이퍼를 출하했다고 발표했다. 이 사건의 의미는 최고속도 기록보다 제조 방식에 있다. 연구용 소량 공정이 아니라 대구경 웨이퍼, 예측 가능한 원가·수율·증산 일정으로 옮겨가야 데이터센터 운영자가 광학 연결을 표준 부품처럼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급망 투자는 광학을 ‘부품’이 아닌 시스템으로 본다

GlobalFoundries는 7월 29일 미국 상무부와 최대 3억 달러 규모 CHIPS R&D 지원 의향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차세대 광학 소재, 웨이퍼 기술, 3D 하이브리드 본딩과 근접·코패키지 광학을 함께 개발하는 내용이다. 앞서 NVIDIA와 Coherent는 3월 다년 구매계약과 20억 달러 투자를 발표했다. 이는 광학 엔진만 확보해서는 충분하지 않고 레이저, 소재, 패키징, 생산능력을 동시에 묶어야 한다는 뜻이다.

Corning의 7월 기술 설명도 광섬유를 스위치 전면에서 칩 수 밀리미터 거리까지 끌어들이면 커넥터, 섬유 배열, 케이블 관리와 서비스 절차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CPO는 단품 반도체의 성능 경쟁이라기보다 광원에서 커넥터까지 이어지는 제조 생태계 경쟁이다. 한국 기업에는 메모리와 파운드리뿐 아니라 광소자 검사, 정밀 정렬, 열관리, 착탈식 연결부라는 새로운 진입점이 생긴다.

해결한 병목과 새로 생긴 병목을 구분해야 한다

첫 위험은 복합 수율이다. 전자칩, 포토닉칩, 레이저와 패키지를 묶으면 어느 한 부품의 불량이 고가 모듈 전체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웨이퍼 단계 광학검사와 알려진 양품 다이 선별, 조립 후 열·진동 시험이 원가를 좌우한다. 둘째는 열이다. 광엔진을 발열이 큰 ASIC에 가까이 붙이면 전기 손실은 줄지만 레이저 파장 안정성과 부품 수명 관리가 어려워진다. 외부 레이저 구조가 주목받는 이유도 고장 부위를 분리하고 열원을 떼려는 선택이다.

셋째는 정비성이다. 기존 플러거블 모듈은 고장품만 현장에서 교체하기 쉽지만, CPO는 광섬유와 엔진이 보드 깊숙이 결합돼 교체 범위가 커질 수 있다. 낮은 전력만 홍보하고 평균수리시간, 예비부품 비용, 오염에 민감한 광커넥터의 현장 절차를 공개하지 않으면 총소유비용을 오판한다. 넷째는 표준화다. 한 공급자의 광엔진과 커넥터에 묶이면 네트워크 장비의 세대교체 때 잠금효과가 생길 수 있어 다중공급자 규격과 상호운용 시험이 필요하다.

투자 판단은 속도보다 가동률과 수리시간으로

데이터센터 사업자는 ‘1.6T’ 같은 정격속도보다 실제 GPU 가동률, 네트워크 전력, 장애당 교체 범위, 평균수리시간, 수율을 포함한 포트당 원가를 비교해야 한다. 초기에는 모든 연결을 CPO로 바꾸기보다 가장 짧고 트래픽이 집중된 스케일업 구간, 플러거블 광학이 전력·밀도 한계에 닿는 구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편이 합리적이다. 기존 구리와 플러거블 광학, NPO, CPO의 혼합 기간이 길어질 가능성도 크다.

정책 지원도 공장 증설 숫자만 세어서는 부족하다. 공동 패키징 라인, 광학 계측 장비, 신뢰성 데이터베이스, 표준 커넥터와 숙련 인력에 대한 투자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특히 정부 지원 의향서는 최종 보조금 계약이나 양산 성공과 동일하지 않으므로 조건 확정, 민간 매칭투자, 고객 인증과 수율 상승을 별도로 추적해야 한다.

전망: 광학 전환의 승자는 가장 밝은 레이저가 아니다

향후 2~3년의 핵심은 시제품 대역폭이 아니라 반복 가능한 제조와 운영 증거다. 12인치 양산 출하는 중요한 이정표지만 고객 인증, 수만 개 단위의 수율, 레이저 수명과 현장 수리 데이터가 쌓여야 대규모 채택으로 이어진다. 광학 인터커넥트는 AI 전력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않지만, 계산보다 데이터 이동에 쓰이는 전력과 대기시간을 줄이는 유력한 수단이다.

결국 경쟁력은 광칩 하나가 아니라 설계도구, 웨이퍼 공정, 레이저, 패키징, 커넥터, 검사와 유지보수를 연결하는 능력에서 나온다. 구리 병목을 빛으로 넘긴 뒤 새로 생긴 제조·정비 병목을 가장 낮은 비용으로 관리하는 공급망이 AI 인프라의 다음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출처와 확인 시각

대표 이미지는 본 기사를 위해 생성한 독자 그래픽이며 특정 기업 로고나 보도사진을 사용하지 않았다.

의견을 남겨주세요

자유로운 의견을 나눠 주세요. 서로를 존중하는 인터넷 네티켓을 지켜 주세요.욕설이나 상대를 비하·비방하는 댓글은 자동으로 삭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