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고시원 욕조 발언’은 정확한 명칭이 아니다. 확인되는 사실은 이재명 대통령이 2026년 8월 11일 비주택 거처 개선을 논의하며 “기후재난 관점에서 최저주거기준 개정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로 주문했고, 국토교통부가 8월 12일 다중생활시설 개별 실의 욕조 설치 금지와 학습시설 의무를 삭제하는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고시원에 욕조를 넣자”고 직접 제안한 원문은 확인되지 않는다. ‘고시원 욕조’는 두 사안을 연결한 언론·정치권의 요약 표현이다.
확인된 발언·행정절차·보도를 분리해야 한다
아주경제와 투데이신문 등은 8월 11일 대통령의 최저주거기준 검토 주문과 다음 날 국토부 행정예고를 연결해 보도했다. 발언 장소는 비주택 거처와 기후재난 대응을 다룬 정부 회의로 전해졌으며, 고시원·비닐하우스·판잣집 등이 논의 대상에 포함됐다. 다만 현재 공개 검색으로 회의 전체 녹취를 독립 확인하지 못했으므로, 인용은 복수 보도에 공통으로 나타난 문구까지만 확정 사실로 다룬다.
욕조 조항은 대통령의 표현이 아니라 2015년 제정된 ‘다중생활시설 건축기준’의 규제 항목이다. 당시 기준은 실별 취사시설과 욕조를 금지하고 샤워부스는 허용했으며, 지하층 배치 금지, 학습용 책상, 공용 세탁·휴게·취사시설을 요구했다. 2026년 개정안은 실제 거처로 쓰이는 현실을 반영해 욕조 금지와 책상 의무를 덜어내려는 규제개선 절차로 보도됐다. 욕조 설치를 의무화하거나 청년에게 권고하는 정책과는 다르다.
정부 논리와 반론: 선택권 확대에는 성능 책임이 따른다
정부 측 논리는 고시원이 더 이상 시험 준비 공간만이 아니라 1인 가구의 생활공간이므로 오래된 학습시설 중심 기준을 현실에 맞추자는 것이다. 실별 욕실 선택지가 넓어지면 공용 샤워시설 이용이 어려운 거주자에게 편익이 생길 수 있다. 규정에서 ‘금지’를 삭제하는 것과 모든 방에 욕조를 설치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반론은 욕조 하나가 주거의 질을 대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좁은 방에 수분을 많이 발생시키는 설비를 추가하면 환기와 제습이 부족할 때 곰팡이·결로가 늘고, 방수층과 배관이 부실하면 누수 피해가 건물 전체로 번진다. 욕실 면적이 피난통로나 생활공간을 잠식할 수도 있다. 규제 완화가 임대료 인상이나 과밀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따라서 선택권 확대는 최소 성능과 감독을 동시에 강화할 때만 주거개선이 된다.
리모델링 순서 1: 대피와 방화가 먼저다
고시원은 다수의 작은 실과 긴 복도로 구성돼 연기 확산과 야간 대피가 핵심 위험이다. 정책브리핑의 2010년 건축기준 강화 자료는 객실 경계벽의 내화·차음구조, 일정 규모 주요 구조부의 내화성능, 고층 설치 시 배연설비 필요성을 설명한다. 욕실 공사로 복도 폭이나 출입구가 줄어들거나 배관 관통부가 방화구획을 훼손하면 편의시설 추가가 오히려 대피 성능을 낮출 수 있다.
첫 단계는 각 층의 실제 피난거리, 출구 폭, 방화문 작동, 스프링클러·감지기, 배연, 배관 관통부의 내화충전을 검사하는 것이다. 공사 중 거주자를 그대로 머물게 할 경우 임시 대피로와 소음·분진·단수 계획도 필요하다. 안전 성능이 기준에 미달하면 욕조 허용 여부보다 방재 보강을 먼저 지원해야 한다.
리모델링 순서 2: 환기·급탕·배수의 동시 검증
두 번째는 설비 용량이다. 개별 실의 물 사용이 늘면 건물 급수압, 온수 생산능력, 오수관 지름과 경사, 트랩, 역류 방지, 방수층, 누수 감지까지 다시 계산해야 한다. 외창이 없는 실은 기계환기 풍량과 배기 위치를 측정해야 하며, 배기가 복도나 인접 실로 되돌아가서는 안 된다. 욕실 문턱과 바닥 단차가 대피와 장애인 접근을 방해하지 않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이 성능을 건축주 자기확인에만 맡기면 비용을 줄일 유인이 생긴다. 허가권자는 표본 현장검사와 준공 후 성능 측정을 하고, 누수·곰팡이·환기 민원과 보수 이력을 익명화해 공개할 수 있다. 공공 리모델링 지원금은 설비 구매비가 아니라 외창·환기·방화·방수 성능을 실제로 통과한 시설에 지급하는 방식이 타당하다.
최저주거기준과 공급비용: 시설 하나가 하한을 대신할 수 없다
국토교통부 최저주거기준은 1인 가구에 14㎡, 방 한 칸, 입식부엌, 수세식 화장실과 목욕시설, 구조·환경·안전을 제시한다. 그러나 고시원은 건축법상 다중생활시설이어서 이 기준이 개별 실 허가의 동일한 하한으로 곧바로 적용되지 않는다. 사람이 장기간 살아도 법적 분류 때문에 최소면적과 외창 기준이 지역별 조례에 크게 의존하는 간극이 쟁점이다.
욕실 설치비만 지원하면 공급자는 같은 건물 안에 더 많은 실을 넣어 비용을 회수하려 할 수 있다. 반대로 최소면적과 외창, 방재 보강을 동시에 요구하면 단기 공급량은 줄고 공사비가 늘 수 있다. 이 트레이드오프를 숨기지 말고, 호당 총사업비와 월 관리비, 공사 중 임시이주비, 개선 뒤 임대료, 사용 가능한 거주면적을 공개해야 한다. 안전한 방의 수가 늘었는지가 단순 영업신고 건수보다 중요한 성과다.
독립 평가와 전망: 허용보다 감독 순서가 정책의 질
비당파적 기준으로 보면 대통령의 확인된 주문은 기후재난을 반영한 최저주거기준 검토이고, 욕조는 국토부 행정규칙 개정 항목이다. 둘을 ‘대통령의 욕조 발언’으로 축약하면 사실관계가 왜곡된다. 동시에 정부는 현실 반영이라는 이유만으로 규제 완화의 편익을 확정해서도 안 된다. 설치 선택권이 주거 존엄을 높이는지는 대피·환기·방수·면적·임대료의 결과로 검증해야 한다.
개정안이 확정된다면 최소 1년간 신규·개조 시설의 온습도, 환기성능, 누수·곰팡이, 화재안전 점검, 임대료 변화, 공공임대 이주율을 추적할 필요가 있다. 기준 미달 시설에는 보완명령과 거주자 임시이주를 함께 제공해야 한다. 결론은 욕조를 허용할지 금지할지가 아니라, 물을 더 쓰는 설비가 들어오기 전에 사람이 빠져나갈 길과 숨 쉴 공기, 마른 벽, 충분한 생활면적을 먼저 보장하는 것이다.
출처 및 확인 시각
- 아주경제, [박용준의 어부바] 폐버스 다음은 ‘고시원 욕조’, 청년이 어디 살길 바라나, 2026년 8월 14일 16:28. 2026년 8월 15일 07:27(한국시간) 확인.
- 투데이신문, 청년엔 폐버스·고시원엔 욕조…본질 잃은 주거 대책에 비판 쇄도, 2026년 8월 14일. 2026년 8월 15일 07:27(한국시간) 확인.
- 국토교통부·대한민국 정책브리핑, 고시원에 공동세탁실·CCTV설치 의무화, 2015년 6월 9일. 2026년 8월 15일 07:27(한국시간) 확인.
- 국토해양부·대한민국 정책브리핑, 고시원 건축 기준 깐깐해진다, 2010년 8월 10일. 2026년 8월 15일 07:27(한국시간) 확인.
- 국가법령정보센터·국토교통부, 최저주거기준, 국토해양부공고 제2011-490호, 2011년 5월 27일 시행. 2026년 8월 15일 07:27(한국시간) 확인.
- 국토교통부, 다중생활시설 건축기준 일부개정고시, 국토교통부고시 제2021-951호, 2021년 7월 14일. 2026년 8월 15일 07:27(한국시간) 확인.
정정 원칙: 2026년 행정예고 원문이나 정부 회의 전체 기록이 추가 공개돼 인용·인과관계가 달라지면 근거를 보강해 수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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