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페이퍼 | ETF 제도 변화
상장지수펀드(ETF)의 다음 경쟁은 단순한 보수 인하가 아니라 ‘어떤 자산과 전략을 상장 유통망에 담을 것인가’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26년 3월 하나의 펀드가 전통적 뮤추얼펀드 지분과 ETF 지분을 함께 발행하는 다중 클래스 ETF에 조건부 면제를 부여했다. 이어 6월 30일에는 새로운 자산군과 혁신 전략을 담는 ‘Novel ETFs’에 대한 공개 의견수렴을 시작했다. 두 조치는 ETF를 더 넓은 상품 포장지로 만드는 동시에, 서로 다른 투자자 집단의 비용과 유동성 위험이 한 펀드 안에서 섞일 가능성을 키운다.
다중 클래스 구조가 바꾸는 것은 판매 채널이다
다중 클래스 ETF는 동일한 기초 포트폴리오에 뮤추얼펀드 클래스와 거래소 상장 클래스를 병존시키는 구조다. 뮤추얼펀드 투자자는 통상 하루 한 번 산출되는 순자산가치로 거래하고, ETF 투자자는 장중 시장가격으로 사고판다. 운용사는 하나의 자산 풀을 공유해 규모의 경제를 얻고 기존 펀드의 자산과 운용 실적을 ETF 채널로 연결할 수 있다. 투자자에게는 같은 전략에 접근하는 방식과 과세·거래 편의의 선택지가 늘어난다.
그러나 ‘같은 포트폴리오’가 ‘같은 비용과 위험’을 뜻하지는 않는다. ETF 클래스는 지정참가자(AP)가 설정·환매 바스켓을 교환하고 2차 시장에서 가격을 순자산가치에 가깝게 유지하는 구조다. 뮤추얼펀드 클래스의 현금 유입·유출과 ETF 클래스의 현물 설정·환매가 동시에 발생하면 거래비용과 세금 효과가 어느 클래스에 귀속되는지가 중요해진다. SEC가 분산 요건과 기존 ETF 규칙 준수를 조건으로 건 이유도 클래스 간 비용 전가와 이해상충을 통제하기 위해서다.
‘새로운 ETF’는 자산보다 환매 가능성을 먼저 봐야 한다
SEC의 의견수렴 문서는 혁신 자산과 새로운 전략을 허용하면서도 투자자 보호, 공정하고 질서 있는 시장, 자본형성을 동시에 달성할 방법을 묻는다. 쟁점은 명칭보다 기초자산의 거래시간, 가격발견, 보관, 평가, 환매 가능성이다. 거래가 드물거나 24시간 움직이는 자산을 제한된 거래소 시간의 ETF에 담으면 장중 기준가와 실제 청산가치 사이의 불확실성이 커진다. 파생상품이나 비유동성 자산을 활용하면 담보와 거래상대방 위험도 추가된다.
ETF는 장중 매매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기초자산까지 유동적인 상품으로 오해되기 쉽다. 하지만 위기 때 ETF 가격이 먼저 움직이는 것은 가격발견 기능일 수도 있고, 기초자산의 실제 매도 비용을 반영한 할인일 수도 있다. 따라서 스프레드가 좁은 평시 자료만으로 안전성을 판단하면 안 된다. 설정·환매 바스켓의 투명성, AP 수와 집중도, 시장조성자의 헤지 가능 시간, 거래 중단 규칙을 함께 공개해야 한다.
혁신과 복잡성 사이의 규제 기준
새 상품을 일률적으로 막으면 투자자는 규제가 더 약한 장외상품으로 이동할 수 있다. 반대로 ‘ETF’라는 익숙한 이름만으로 새로운 위험을 일반 공모상품에 넣으면 포장 효과가 실질을 가린다. 합리적인 기준은 자산명보다 구조적 기능에 맞춰야 한다. 첫째, 독립적인 기준가격을 반복 산출할 수 있는가. 둘째, AP가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바스켓을 조달하거나 처분할 수 있는가. 셋째, 운용사·지수사업자·시장조성자 사이 이해상충이 공개되는가. 넷째, 투자자가 최악의 손실과 거래 중단 가능성을 이해할 수 있는가가 핵심이다.
SEC 규칙 6c-11은 ETF가 매일 개장 전 포트폴리오 정보와 전일 순자산가치, 시장가격, 프리미엄·디스카운트를 공개하도록 한다. Novel ETF에서는 이 표준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기초자산이 비공개·비유동적이면 평가모형의 입력값, 가격 출처, 현금 환매 비중, 담보 할인율까지 별도 공시가 필요하다. 다중 클래스에서는 클래스별 비용 배분과 세금 효과, 대규모 환매가 다른 클래스에 미치는 영향도 보여줘야 한다.
한국 시장에 주는 시사점
한국 ETF 시장도 테마형·액티브·파생형 상품이 빠르게 늘었다. 미국의 변화는 신상품 수를 따라갈 것이 아니라 상장 전 심사와 사후 공시를 기능별로 세분화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동일 포트폴리오를 여러 판매 채널에서 공유하는 구조가 도입된다면 클래스별 비용 귀속과 투자자 간 형평성을 먼저 설계해야 한다. 새로운 자산군을 담을 때는 상장 가능 여부보다 위기 시 환매와 가격발견 절차를 시험해야 한다.
투자자는 ‘ETF이므로 분산돼 있다’거나 ‘거래소에 상장됐으므로 언제든 공정가격에 팔 수 있다’는 가정을 내려놓아야 한다. 종목 수, 상위 보유 비중, 파생상품 사용, AP 집중도, 평균 스프레드, 프리미엄·디스카운트 이력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2026년 규제 논의의 결론은 ETF의 외형을 넓히는 데 있지 않다. 혁신적 기초자산도 표준화된 가격·환매·공시 규율 아래 둘 수 있는지가 시험대다. 이 글은 특정 ETF 가입을 권유하지 않는 제도 분석이다.
출처
- U.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Order Under Section 36 of the Securities Exchange Act of 1934 … for Multi-Class ETFs”, 2026년 3월 17일, 확인 2026년 8월 15일 00:50(Asia/Seoul).
- U.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Request for Comment on Novel ETFs”, 2026년 6월 30일 발행·7월 6일 연방관보 게재, 확인 2026년 8월 15일 00:50(Asia/Seoul).
- U.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Exchange-Traded Funds: A Small Entity Compliance Guide”, 2019년 9월 26일, 확인 2026년 8월 15일 00:50(Asia/Seoul).
- 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 “Boom and bust of the recent silver and gold rush: the role of leveraged retail investors”, 2026년 3월 16일, 확인 2026년 8월 15일 00:50(Asia/Seoul).
대표 이미지는 2026년 8월 15일 이 글을 위해 생성한 독창적 편집 일러스트레이션이며 외부 보도사진을 사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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