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의 보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수익원이 중요해진다. 그중 하나가 보유 주식을 다른 금융회사에 빌려주고 받는 증권대여 수익이다. 대여수익은 추적오차와 비용을 낮출 수 있지만 공짜 수익은 아니다. 차입자의 미반환, 담보가치 하락, 현금담보 재투자 손실, 의결권 이전, 계열 대여대리인과의 이해상충이 한 묶음으로 따라온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2026년 ETF 공시들은 대여자산을 최소 100% 담보로 계속 보전하고, 자산 가격이 오르면 차입자가 담보를 추가해야 하며, 펀드가 언제든 대여를 종료할 수 있는 조건을 설명한다. 한 공시는 대여 증권이 총자산의 3분의 1을 넘지 않도록 제한한다. 그러나 담보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손실 가능성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차입자 부도와 담보 처분 사이에 시간차가 있고, 현금담보를 투자한 자산의 가격이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여수익은 총수익률을 높이지만 ‘누가 가져가는가’가 핵심이다
ETF가 보유한 희소 종목은 공매도나 결제 수요가 클 때 높은 대여료를 받을 수 있다. 이 수익이 펀드로 돌아오면 운용보수 일부를 상쇄하고 기초지수 대비 성과를 개선한다. 하지만 실제 투자자 몫은 총 대여수익에서 대여대리인 수수료, 담보 운용비용, 기타 직접·간접 비용을 뺀 금액이다. 동일한 지수를 추종하는 ETF라도 수익 배분률과 대여 범위가 다르면 순성과가 달라질 수 있다.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은 증권대여에서 발생한 수익은 직접·간접 운영비용을 제외하고 UCITS로 돌아가야 하며, 펀드 자산의 사용 이익은 운용사가 아니라 투자자에게 귀속돼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이는 대여 자체를 금지하는 규칙이 아니라 수익의 귀속과 비용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기준이다. 계열사가 대여대리인을 맡는 경우에는 수수료가 시장가격인지, 이사회가 조건을 독립적으로 검토했는지가 더 중요해진다.
담보비율보다 담보의 질과 처분 가능성을 봐야 한다
100% 이상의 담보는 출발점일 뿐이다. 담보가 대여한 주식과 같은 방향으로 급락하면 초과담보가 빠르게 사라질 수 있다. 거래가 드문 채권이나 집중된 주식 바스켓은 장부가격과 실제 처분가격의 차이도 커진다. 따라서 투자자는 담보 종류, 할인율, 일일 시가평가와 변동증거금, 발행자·국가별 집중도, 현금담보 재투자 대상을 확인해야 한다.
ESMA의 UCITS 규칙은 수탁자 등이 보관자산을 재사용할 때 펀드와 투자자 이익을 위한 거래여야 하고, 고품질·고유동성 담보가 제공돼야 하며 담보의 시장가치가 재사용 자산가치에 프리미엄을 더한 수준 이상이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 원칙의 실질은 위기 때 담보를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느냐에 있다. 평상시 초과담보율이 높아도 시장이 얼어붙을 때 매각이 어렵다면 보호력은 약하다.
의결권과 환매 유동성은 수익률 표에 나타나지 않는다
주식을 빌려주면 통상 의결권은 차입자에게 넘어간다. 중요한 주주총회가 있을 때 펀드가 주식을 회수하지 않으면 장기 투자자가 기대한 스튜어드십이 약해질 수 있다. 반대로 모든 의결권을 위해 상시 회수하면 대여수익이 줄어든다. 운용사는 어떤 안건을 ‘중대 사건’으로 판단해 회수하는지, 회수 실패 가능성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공개할 필요가 있다.
ETF 환매가 몰릴 때도 대여자산 회수 속도가 중요하다. 장중 거래량이 많아 보여도 펀드 내부 자산이 즉시 반환되지 않으면 운용사는 다른 현금이나 유동자산으로 환매를 처리해야 한다. ESMA가 UCITS에 언제든 대여자산을 회수할 능력을 요구하는 이유다. 대여 비율이 높고 차입자가 소수에 집중된 ETF는 평상시 수익이 높아도 스트레스 상황에서 유동성 비용이 커질 수 있다.
투자자가 비교할 네 가지 숫자와 전망
첫째, 총자산 대비 대여자산 비율과 실제 대여 가능한 자산 대비 비율을 구분해야 한다. 둘째, 총 대여수익 가운데 펀드에 귀속되는 순비율을 봐야 한다. 셋째, 상위 차입자와 담보 발행자 집중도를 확인해야 한다. 넷째, 담보 초과율뿐 아니라 현금담보 재투자 손익과 대여대리인 수수료를 함께 봐야 한다. 이 정보는 투자설명서, 추가정보서, 반기·연차보고서에 흩어져 있을 수 있다.
향후 ETF 보수는 더 낮아지고 증권대여의 상대적 중요성은 커질 가능성이 있다. 좋은 대여 프로그램은 투자자에게 수익을 돌려주고 추적비용을 낮춘다. 나쁜 프로그램은 낮은 표면보수 뒤에 담보·유동성·이해상충 위험을 숨긴다. 따라서 ETF 비교의 다음 단계는 운용보수 몇 bp가 아니라 대여수익의 배분, 담보의 질, 회수정책을 같은 표에서 평가하는 것이다.
출처 및 확인 시각
- U.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EDGAR, “485BPOS”, 2026년 공시 — 2026년 8월 14일 15시 42분(한국시간) 확인
- U.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EDGAR, “J.P. Morgan Exchange-Traded Fund Trust”, 2026년 공시 — 2026년 8월 14일 15시 42분(한국시간) 확인
- European Securities and Markets Authority, “UCITS Article 22” — 2026년 8월 14일 15시 42분(한국시간) 확인
- European Securities and Markets Authority, “SFTR Annex” — 2026년 8월 14일 15시 42분(한국시간)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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