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완화와 재충돌 사이를 오가면서 국제유가의 핵심 변수도 외교적 발언에서 실제 원유 통항량으로 옮겨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6월 해협을 통한 원유 흐름 회복으로 세계 공급이 하루 410만 배럴 늘었다고 분석했지만, 생산은 전쟁 전보다 여전히 하루 940만 배럴 적었다. 협상 가능성만으로 공급 정상화를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세계 원유 수송의 병목이 된 호르무즈
IEA에 따르면 2025년 호르무즈 해협을 지난 원유와 석유제품은 하루 평균 2천만 배럴로, 세계 해상 원유무역의 약 25%였다. 우회 송유관의 처리능력은 제한적이어서 통항 장애가 생기면 산유국이 생산한 원유를 저장하거나 감산해야 한다. 2026년 2월 말 분쟁이 시작된 뒤 수출량은 한때 이전 수준의 10% 아래로 떨어졌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2026년 1분기 호르무즈 원유 흐름을 하루 1,460만 배럴로 추산했다. 2025년 4분기의 2,070만 배럴보다 크게 줄었다. 다만 선박 자동식별장치 신호가 불안정해 통항량에는 측정 오차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군사적 긴장기에는 선박이 신호를 끄거나 위치를 늦게 보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축유 방출은 공급을 만드는 정책이 아니다
IEA 32개 회원국은 3월 비상비축유 4억 배럴을 시장에 공급하기로 했다. 미국은 이 가운데 1억7천200만 배럴을 전략비축유 교환 방식으로 제공했다. 미국 에너지부는 업체가 원유를 빌린 뒤 추가 물량을 프리미엄으로 돌려주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단기 공급을 늘리면서 향후 비축량을 회복하려는 방식이다.
비축유는 해협의 물리적 통항 능력이나 걸프 산유국의 생산을 회복시키지 않는다. 공급 중단의 충격을 시간상 뒤로 미루는 완충재에 가깝다. 사태가 길어지면 정부 재고가 감소하고, 이후 재매입 수요가 유가를 다시 밀어 올릴 수 있다. 방출 규모뿐 아니라 인도 일정과 반환 조건, 남은 비축량을 함께 봐야 한다.
유가가 118달러에서 72달러까지 움직인 이유
EIA에 따르면 브렌트유 선물은 2분기 4월 29일 배럴당 118달러까지 올랐다가 6월 26일 72달러까지 내렸다. 해협 통항 장애와 생산 중단이 가격을 끌어올렸고, 임시 휴전과 원유 흐름 회복 기대가 급락을 만들었다. 같은 분기에 이처럼 넓은 가격 범위가 나타났다는 것은 시장이 실제 재고보다 외교·군사 뉴스에 민감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가격 하락만으로 위험이 사라졌다고 볼 수 없다. 선사와 보험사는 공격 가능성, 항만 접근, 제재 위반과 화물 소유권을 평가한다. 해협이 열려 있어도 전쟁보험료와 운임이 높으면 최종 수입비용은 내려가지 않는다. 정유사 역시 공급처를 미국, 서아프리카 등으로 바꾸면 항해거리와 운전자금 부담이 늘어난다.
협상 보도에서 확인해야 할 네 가지 조건
미국과 이란이 협상 의사를 내비쳤다는 사실과 합의가 성립했다는 사실은 다르다. 첫째 안전 통항을 누가 보장하는지, 둘째 이란산 원유 제재를 어느 범위에서 완화하는지, 셋째 공격 중단을 어떻게 검증하는지, 넷째 위반 시 어떤 절차를 적용하는지가 명시돼야 한다. 회담 개최만으로 공급 정상화를 제목에 확정하면 시장 상황을 오도할 수 있다.
실행 여부는 해협 통과 선박 수, 걸프 산유국의 생산 재개량, 전쟁보험료, 해상 원유 재고에서 먼저 드러난다. 외교적 합의문이 발표돼도 항만과 보험사가 위험 평가를 낮추기까지 시차가 생긴다. 반대로 공식 합의 전에도 군사행동이 멈추고 통항량이 회복되면 시장은 먼저 안정될 수 있다.
전망: 가격보다 공급망 회복 속도를 봐야 한다
IEA는 6월 세계 원유 공급이 하루 9,880만 배럴로 반등했다고 집계했지만, 빠른 긴장 완화가 전제돼야 추가 회복이 가능하다고 봤다. OECD 재고는 5월 7,300만 배럴, 6월 6,200만 배럴 감소했고 6월 감소분 중 약 4,400만 배럴은 정부 비축유 방출에서 나왔다. 시장이 정상 공급보다 비축재고에 의존했다는 뜻이다.
향후 유가의 방향은 특정 정상의 발언보다 호르무즈 통항과 생산시설 재가동의 지속성에 달렸다. 한국처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국제유가뿐 아니라 운임, 환율과 정제마진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 협상이 진전되면 위험 프리미엄은 낮아질 수 있지만, 비축유 재충전과 지연된 수요가 이후 가격의 새로운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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