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2026년 5월 말 “고시원 욕조 규제를 푼다”는 보도가 나오며 논란이 확산됐다. 확인 결과 특정 정치인이 공개석상에서 고시원 거주자에게 욕조 생활을 권한 발언이 아니었다. 최초 보도가 인용한 발언자는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국토교통부 관계자였고, 내용도 “과거부터 요청이 있었고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행정 검토 설명이었다. 따라서 이 사안은 발언자의 품평보다, 고시원을 사실상 주거로 인정하면서도 안전과 임대료를 어떻게 지킬지에 관한 규제 설계 문제로 봐야 한다.
무슨 발언이었나: 익명 관계자의 ‘검토 중’ 설명
2026년 5월 29일 보도된 「[단독] 월세난에 고시원도 ‘주거화’…11년 만에 욕조 규제 푼다」는 국토교통부가 다중생활시설의 개별실 욕조 설치 금지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전했다. 기사에 실린 국토부 관계자의 정확한 인용은 “과거부터 오랫동안 요청이 있었고 현재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사안”이라며 “다만 아직 논의 단계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는 내용이다. 공개된 보도에서는 관계자의 이름·직급, 회의 명칭, 공식 개정안 번호가 제시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를 ‘고시원 욕조 발언’이라고 부를 수는 있어도, 장관이나 국회의원의 공식 정책 발표로 단정하면 사실관계가 달라진다. 확인 시점까지 국토부 입법·행정예고 목록에서 2026년 욕조 허용을 확정한 개정 고시는 확인되지 않았다. 언론 취재에 대한 익명 설명, 내부 검토, 행정예고, 최종 고시는 서로 다른 정책 단계다. 비판 역시 현재 존재하지 않는 확정안이 아니라, 검토 방향과 사전 검증 부족에 맞춰야 한다.
왜 욕조를 금지했나: 편의보다 용도 구분이 핵심이었다
국토교통부는 2015년 「다중생활시설 건축기준」을 만들면서 실별 욕조와 취사시설, 발코니 설치를 금지하고 샤워부스는 허용했다. 당시 행정예고와 보도자료에 나타난 취지는 고시원이 독립된 주택처럼 편법 이용되는 것을 막고, 공동 취사·세탁·휴게 공간과 피난·방화·범죄예방 기준을 갖추게 하려는 것이었다. 즉 욕조 금지는 목욕 방식 하나를 통제하기 위한 규정이라기보다 ‘근린생활시설인 고시원이 어디까지 독립 주거 기능을 가져도 되는가’를 표시하는 경계선이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고시원이 수험생의 단기 숙소를 넘어 보증금이 부족한 청년·중장년 1인 가구의 장기 거처가 됐다. 제도는 비주택 시설로 구분하면서 실제 거주 수요는 주택에 가깝게 움직이는 모순이 생겼다. 규제 완화론은 이 현실을 인정하고 사생활과 편의성을 높이자는 주장이다. 반대론은 욕조 허용이 ‘주거 인정’의 명분만 주고 면적·채광·방음·피난·임대료 보호는 그대로 둔 채 고급형 고시원만 늘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욕조 하나가 바꾸는 비용과 안전의 계산
욕조를 설치하려면 바닥 하중, 방수, 배수, 온수 설비, 환기, 곰팡이 방지, 누수 피해 책임과 유지보수 비용을 함께 계산해야 한다. 좁은 실내에서는 욕조가 침대·책상·수납·보행 공간과 경쟁한다. 욕조 때문에 실 면적을 키우면 동일 건물의 방 수가 줄고 공사비와 임대료가 오를 수 있다. 기존 실에 억지로 넣으면 피난 동선과 생활 면적이 줄어든다. 물 사용량과 급탕비, 배관 용량도 운영비로 전가될 수 있다.
반대로 샤워만 허용하고 욕조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모든 거주자의 선택권을 존중하는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장애나 질환, 돌봄 사유로 욕조가 필요한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해법은 단순 허용·금지보다 조건부 기준에 가깝다. 최소 전용면적, 욕조 외 유효 보행 폭, 미끄럼 방지, 환기 성능, 방수 시험, 누수 감지, 온수 안전, 스프링클러와 피난거리 기준을 충족한 실에만 허용하고, 공사비·관리비·임대료 변동을 신고하게 하는 방식이다.
최저주거기준과 충돌하지 않으려면
국가의 최저주거기준은 1인 가구에 14㎡의 최소 면적뿐 아니라 필수 설비와 구조·성능·환경을 요구한다. 고시원은 법적 주택과 동일하지 않지만 사람이 장기간 사는 현실을 고려하면 최소주거기준보다 낮은 별도 기준을 영구화해서는 안 된다. 욕조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적정 주거가 되는 것도 아니고, 욕조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반드시 열악한 것도 아니다. 실제 품질을 가르는 것은 창문과 환기, 소음, 화재 안전, 전용 위생시설, 면적, 관리 상태와 임차인의 권리다.
정책을 추진한다면 국토부는 욕조 설치 수요와 예상 대상 시설 수, 표준 공사비, 임대료 상승 영향, 화재·누수 위험평가, 기존 거주자 퇴거 가능성을 먼저 공개해야 한다. 영업자가 리모델링을 이유로 기존 저가 거주자를 내보내고 더 비싼 ‘프리미엄 고시원’으로 전환할 위험도 있다. 규제 완화의 편익을 소유자만 가져가고 비용을 임차인이 부담하지 않도록 갱신·퇴거 통지, 공사 기간 대체거처, 임대료 공시 같은 보호장치가 병행돼야 한다.
평가와 전망: 욕조가 아니라 고시원의 법적 지위를 결정해야 한다
이 사안을 동일한 상식 기준으로 평가하면 국토부의 문제 인식에는 타당한 부분이 있다. 고시원이 실제 주거가 된 현실을 외면한 채 2015년의 용도 구분만 유지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그러나 익명 관계자의 ‘긍정 검토’만으로 시장에 기대를 주고, 최소 면적·안전·임대료 대책이 없는 상태에서 시설 규제 하나부터 푸는 방식은 정책 순서가 거꾸로일 수 있다.
바람직한 다음 단계는 욕조 허용 여부를 단독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다중생활시설을 임시 숙소로 남길지, 장기 거주가 가능한 준주택으로 재설계할지 먼저 정하고 그 선택에 맞는 면적·채광·피난·임대차 보호 기준을 묶어 제시해야 한다. 규제 완화가 주거 존엄을 높였는지는 욕조 설치 건수가 아니라, 화재 위험과 최저기준 미달 가구가 줄고 같은 소득의 거주자가 감당할 수 있는 방이 늘었는지로 평가해야 한다.
출처와 확인 기록
- 한국경제·다음뉴스, 「[단독] 월세난에 고시원도 ‘주거화’…11년 만에 욕조 규제 푼다」, 2026-05-29 05:06, 원문, 확인 2026-08-14 18:14 KST.
- 연합뉴스, 「[시간들] 고시원 50년의 흥망사, 희망 플랫폼 다시 살릴 때다」, 2026-05-31 10:30, 원문, 확인 2026-08-14 18:15 KST.
- 국토교통부, 「다중생활시설 건축기준 제정안 행정예고」, 공고 제2015-730호, 2015-06-10, 원문, 확인 2026-08-14 18:16 KST.
- 국토교통부, 「고시원에 공동세탁실·취사, CCTV설치 의무화」, 2015-06-09 11:00, 원문, 확인 2026-08-14 18:16 KST.
-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다중생활시설 건축기준」, 시행 2015-12-04, 원문, 확인 2026-08-14 18:16 KST.
대표 이미지: OpenAI 이미지 생성 도구로 2026-08-14 제작한 독자적 건축·정책 일러스트. 실제 고시원이나 거주자를 재현하지 않았으며 보도사진을 사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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